오랜

시간이 걸렸다. 예상보다 더. 아픔이 배경이었던 그 방을, 혼자라도 지키려고 했던 것, 알아요. 

그렇게 몇일도 아니고 몇년을, 알고도 모른 척, 했던 이유를 이제는 너도 알테고.

결국은 네 통찰력보다는 내 통찰력에 손을 들어줘서 고맙고, 변하지 않는 것을 변화 시키려고 했던 나의 실낱같은 기대를, 정의롭게 전사시켜줘서 고맙고. 

네가 죽기에 실패하길 기대했다. 기대가 죽고 권태를 동반한 나른한 희망이 되었다는 것에, 어쩐지 축하해야 하나. 기대하지 말자, 라고 매일 아침 기도를 했고, 기도가 먹힌 것인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그렇게 있다 떠나게 될 것 이었고, 떠나면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몰랐고, 너 역시 행복할 자격이 있으니.

살아야해서 제쳐 두었던 이야기가 있다.

첫째는 저절로 흘러버린 것이었고, 둘째는 흘러버린 것을 주워담느라 못본 안타까운 것이었고, 셋째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막연한 해방감이 주는 종말,에 대한 갈망이었다.

네가 스스로 나의 종말이라고, 내 허락도 없이 약속을 저질러 버려서, 해야할 이야기도 못하고 내 종말은 네가 아니라고, 불필요한 결벽을 부릴 뿐이었다.

나의 종말이었던 네가 위태로워 지더니, 저절로 소멸되었고. 종말을 더이상 꿈꿀수 없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 어느때보다 어리고 정직하게, 살아내려고, 살아내려고.

다시 미뤄두고, 결국은 다 망가져 버렸지만 끝끝내 망가지지 못한 어떤 부분을 바라보며. 어리고 정직하다, 라며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다. 

끝끝내 이것이 남아버렸는데, 이것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데, 줄 사람을 잃어버린 기분이고. 첫번째와 두번째부터 차근차근. 어리고 정직하게, 밖에 안남았으니까.

간절히 원하지만, 더는 기대할수 없을 때,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고향에는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지킨 고향이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장난 그만치고 이제 그만해요.